님은 삼겹살 좋아하세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이 삼겹살을 먹었을 때 반응을 보면 삼겹살이 우리 입맛에만 맛있는 건 아닌가 봐요. 베컴은 내한 당시 금돼지식당에서 맛본 삼겹살에 빠져 뉴욕에 있는 지점도 자주 방문한다고 하구요. ‘007 카지노 로얄’과 ‘닥터 스트레인지’로 친숙한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은 프라하의 한식당을 2주동안 8번이나 찾는 삼겹살 마니아래요. 젓가락질까지 수준급이라고. 겉은 바싹 속은 촉촉, 향까지 고소한 삼겹살. 한국인도, 해외 스타도,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나 봐요.

"언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 이 말, 들어본 적 있으시죠? '밥 한번 먹자', '차 한잔 하자'와 더불어 작별 인사의 3대장이죠. 음식 이름이 관계의 언어가 되는 나라-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신(臣)에겐 3천개의 불판이 있나이다
기본 석쇠부터 자연석, 솥뚜껑, 스테인리스 삼중판, 항아리 등 우리나라엔 삼겹살 불판의 종류만도 어마어마. 3,000개의 불판으로 굽는 삼겹살이 어떻게 진심이 아니겠어요?

국민 소울푸드 기념일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 2003년 파주 양돈 농가인 장석철씨 아이디어(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삼겹살을 먹다가 떠올렸다고). 파주/연천 축협에서 시작해 전국 행사로 자리잡았어요.

직화가 찐사랑이지
삼겹살이 국내에서만 소비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전세계 다양한 나라에서도 삼겹살을 먹고 있죠. 단, 한국처럼 직화로 구워 먹는 문화는 거의 없어요.

자네 어디서 그렇게 배웠나

어느 일드 속 삼겹살 먹방. 우리나라 삼겹살 문화 고증이 아주 잘못된 걸요! 보고 있자니 아아에 탄식하는 알베르토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갑니다. 어느 곳이 잘못인지 찾아보세요. 

삼겹살 주문했는데요, 이게 삼겹살 맞나요?

© 요정도사전

너, 이름이 뭐니?

👉 이렇게 탄생했어요.
삼겹살은 살과 지방부분이 세 번 겹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불리진 않았어요. 석삼의 우리말 표현인 ‘세겹살’, 돼지의 배쪽 고기라고 해서 ‘뱃바지’, ‘삼층제육’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죠. 그중 ‘세겹살’이라는 표현이 제일 보편적으로 쓰여, 1983년 조선일보 기사에는 세겹살코기라는 표현이 공식용어로 등장해요. 
이후 70-80년대를 거치면서 대중화된 삼겹살은 1991년에 시행된 '부위별 차등가격제도'에 따른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삼겹살’이라는 오늘날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얻게 되었죠.

👉 이렇게 달라졌어요.
1950~60년대 세겹살의 등장
삼겹살은 1950년대 조리서에도 등장할만큼 익숙한 부위였지만, 요즘처럼 구워먹기 보다는 찜, 편육, 조림용 고기로 많이 사용했어요.

1970년 불판의 등장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되며 내수용 삼겹살 가격이 내려간 영향으로 대중화의 길이 열렸어요. 이때부터 비로소 구워먹는 방법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1980~90년대 국민고기로 등극
삼겹살이라는 이름이 공식화됐고, 삼겹살 구이 전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직장인 회식 문화=삼겹살+소주라는 공식도 이 때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아요.

2000년대 프리미엄 삼겹살의 시대
저렴한 냉동대신 냉장 삼겹살이 대세를 차지하면서, 한돈, 제주흑돼지, 숙성삼겹살, 숯불 등으로 먹는 방법이 다양화해요. 구이의 기술이 미식의 차원으로 발전했죠.

2010년대 이후 K-BBQ의 세계화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먹는 문화, 깻잎, 쌈장, 소주와 함께하는 쌈문화까지 세계인들이 K-BBQ의 대표격인 삼겹살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해외에서 먹었던 그 음식이, 삼겹살?

전 세계에서 ‘싹쓸이’ 할 만큼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남다르죠. 그래서 우리만 먹는 줄 알았다고요? 아.니.죠! 세계 곳곳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는 중. 

⠂중국 : 동파육(동퍼러우), 홍소육(홍샤오러우), 회과육(후이궈러우) 등 그야말로 삼겹살 요리의 천국! 양념과 함께 졸이거나 삶고 볶아서 부드러운 식감과 지방의 풍미를 살려내요..  

⠂일본 : 오키나와 전통요리 라프티(ラフティー), 동파육과 비슷한 부타노카쿠니(豚の角煮), 라멘 위 토핑 차슈(チャーシュー), 돼지고기 덮밥, 부타동(豚丼). 삶고 졸이는 등 만드는 법도 다양. 

⠂영국, 호주 및 북미 : 통삼겹살을 오븐에 굽는 로스트 포크 밸리(Roast Pork Belly)가 유명.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혀 속살은 부드럽게, 마지막 고온으로 껍질을 바삭하게 완성! 독일의 슈바인스브라텐과도 닮아 있어요. 

⠂이탈리아, 스페인 및 유럽 : 판체타, 베이컨, 햄 등 다양한 육가공품으로 즐겨요. 삼겹살의 변신은 무죄! 

⠂태국 : 길거리 음식의 대표, 무 크롭 (หมูกรอบ). 고온에서 빠르게 구워 껍질은 바삭한 게 포인트예요. 중국의 시우육과 비슷. 

🥩 삼겹살 최고의 조합은 이것!
제주도였을 거예요. 강황 삼겹살이 유명하다는 곳을 갔는데, 지인 중 한 명이 삼겹살에 ‘생와사비’를 턱하니 올려서 먹는 거예요. 처음 보는 광경에 의아했지만, 한 번 먹어보라는 권유에 먹는 방면으로는 호기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가 시도해보지 않을 수 없었죠. 입에 넣는 순간, TV에서 흔히 보던 불꽃놀이의 향연! 입안에서 맛있음이 폭발했어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멜젓, 된장, 프랑스 소금, 다 제쳤습니다. 제 삼겹살 인생은 생와사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요정쓰에게도 추천합니다.

🥩 삼겹살과 백김치, 널 안아줄게 

원래 저는 소화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기름이 부담스러워 삼겹살을 최애 메뉴로 꼽진 않아요. 상 위의 반찬들도 마찬가지. 근데 백김치를 본 순간, ‘아, 저거다!’ 싶었죠. 시원하고 새콤한 백김치가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씻어주면서 입안에서 깔끔하게 사라지는 마법! 기름에 살짝 구워 먹으면 고소하고 꼬들한 식감까지… 완벽. 빨강 김치는 자극적이라 강대강의 조합이라면, 백김치는 서로의 약점을 부드럽게 보완해주는 궁합. 덕분에 속도 편안하고요. 혹시 요정쓰만 알고 있는 삼겹살의 찐 짝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