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장면이 뮤지컬을 바꿨어요

노래와 춤이 ‘이야기’를 시작한 날 《오클라호마!》(1943)

로저스 & 해머스타인의 《오클라호마!》는 뮤지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노래와 춤이 스토리텔링에 완전히 통합된 최초의 현대적 뮤지컬이었으니까요.

내 춤을 들어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57)

클래식 음악가 번스타인이 작곡을 맡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한 작품. 1950년대 뉴욕의 이민자 갈등과 인종 차별 등 사회 이슈를 처음으로 다뤘죠. Jets와 Sharks의 대결 장면 군무처럼, 춤을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감정 표현의 서사적 도구로 승화시켰어요.

현실이 무대로 《헤어》(1968)

뮤지컬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작품 중 하나. 1960년대 히피 문화와 반전 운동을 그대로 옮겨놓았죠. 베트남 전쟁 반대 메시지, 마리화나 언급, 전라 장면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록 음악을 뮤지컬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작품이기도 해요.

파격 섹슈얼리티 《시카고》(1975)

1920년대 시카고 두 살인자 여성을 다룬 작품. 가장 파격적인 건 주인공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다는 점. 록시와 벨마는 명백한 살인자지만, 단순 악역으로 그리지 않았어요. 서커스로 연출한 법정 장면과 관능적 노래와 춤도 기존 뮤지컬의 이미지를 바꿨죠.

대사는 잊어, 이젠 다 노래야 《레 미제라블》(1987)

위고의 소설 원작으로 '송스루 뮤지컬’ 장르를 연 작품. 기존 뮤지컬이 대사와 노래로 진행되는 반면, 《레 미제라블》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어져요. 회전 무대도 압권.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서사적 장치로 기능하여 송스루 뮤지컬의 형식과 완벽하게 어우러졌어요.

뮤지컬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캣츠>, <미스 사이공>.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지만, 사실 공식적인 건 아니에요. 팬들과 평론가 사이에서 흥행성적, 작품성, 역사적 의미를 두루 갖췄다는 이유로 통용되었죠. 흥미로운 건 이 작품들 모두 1980년대 영국 웨스트엔드의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것. 그는 거대한 무대, 대중적인 넘버, 전세계 투어라는 공식을 완성하며 '메가 뮤지컬(Mega Musical)'의 시대를 열었죠. 4대 뮤지컬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공연계의 전설이 되었어요.
그렇다면 21세기 왕좌를 노리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 다음 네 작품이 강력한 계승자로 거론되고 있어요. 

‘라이온 킹’의 숨겨진 비밀

디즈니의 《라이온 킹》 뮤지컬에서 심바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는 실제로는 여성.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기 위해 여성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어요.

‘맘마미아!’의 역주행

ABBA의 히트곡들로 만들어진 《맘마미아!》는 기존 곡에 맞춰 스토리를 짜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표작. ABBA는 초기에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원곡보다 뮤지컬 버전이 더 유명해진 곡들도 있어요.

‘캣츠’의 독특한 오디션

《캣츠》 오디션에서는 배우들이 실제로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능력을 테스트받아요. 이런 독특한 오디션 과정 때문에 《캣츠》 출신 배우들은 특별한 동물적 표현력을 갖게 돼요.

‘맥베스’ 금기어

‘호그와트’계에 볼드모트가 있다면 ‘뮤지컬 극장’계엔 맥베스가 있어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극장 안에서 언급하는 것은 불운을 가져온다고 믿어집니다. 대신 ‘스코틀랜드 플레이’라고 부르죠.

‘브레이크 어 레그(Break a leg)’

뮤지컬 배우들에게 ‘행운을 빌어’라고 말하는 대신 역설적으로 ‘브레이크 어 레그’라고 말하는 전통이 있어요. 직접적 응원이 불운을 가져온다는 미신에서 비롯되었죠.

요정도만 알아도 뮤덕과 말 섞을 수 있다!

오버추어(Overture): 공연 시작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곡
앙상블(Ensemble): 뮤지컬에서 주조연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을 부르는 말. 춤과 노래, 연기로 조화를 이루고 극의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역할
넘버: 뮤지컬에서 불리는 모든 노래, 대본에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져 있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쇼 스토퍼(Show Stopper): 공연을 잠시 멈추게 할 정도로 크게 박수 갈채를 받는 명곡
스윙(Swing):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앙상블 배우가 불참할 시 대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배역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
커버(Cover): 주조연의 주요배역이 불참할 시를 대비해 주조연의 곡과 역할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
커튼콜: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시간. 일부 뮤지컬은 이때 특별한 넘버를 부르거나 촬영을 허용
연뮤덕: 연극과 뮤지컬을 즐겨보는 매니아
전막러: 작품의 전체 공연을 보는 뮤지컬 팬들
시방석: 구조물 등으로 인해 시야에 방해가 생기는 좌석
취켓팅: 취소된 표가 다시 풀린 것을 예매하는 것
회전문: 같은 공연을 여러 번 재관람하는 것

© 아떼오드 레드북 포스터

💸 지갑털이 주의! 뮤지컬 대개막

창작, 대형, 초연까지… 올해 하반기 무대는 말 그대로 축제예요. 수많은 라인업 가운데 기대작을 콕콕 집어 소개해드려요.

새로운 이야기, 창작 초연 뮤지컬

지금 우울하다면 웡카
티모시 살라메 포스터만 보고 무작정 극장에 갔다가 뮤지컬 영화라는 걸 알고 내심 당황했어요. 하지만 2시간 후엔 180도 달라졌죠. 개인적인 일로 우울한 시기였는데, 행복감을 왕창 끌어올려준 영화, 이쁜이 티모시가 노래도 잘할 줄이야! 출연료로 133억을 받았다는 휴그랜트의 움파룸파 송도 아주 즐거웠어요.

꿈과 현실이 어긋날 때 라라랜드
피아노 선율 위에 잔잔히 얹히던 ‘City of Stars’ 가사가 극장을 나온 후에도 귀에 오래 맴도는 영화. 꿈을 위해 선택한 길이 해피엔딩을 가로막아 버렸지만 라라랜드를 떠올리면 언제나 해피엔딩 같은 느낌.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운 날 추천. 

노래 가사처럼 살고 싶을 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비틀즈 명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Hey Jude', 'Let It Be' 같은 노래들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울려 퍼지는 다소 실험적인 작품이지만 비틀즈 팬이라면 한번쯤 볼 만 해요. 다 보고 나면 영화 제목을 왜 '그 노래'로 골랐는지 이해가 가요.